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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WHO ICOPE(노인통합돌봄) 가이드라인으로 본 통합돌봄지원법, 무엇이 미흡한가

2026-07-31 14:19 | 입력 :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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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지면에서 Healthy Aging을 위한 한국형 통합돌봄의 길을 다룬 적이 있다. 그때는 논의 단계였다.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통합돌봄은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 229개 시·군·구가 수행하는 제도가 됐다. 노쇠·장애·질병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받도록 한 법이다. 분명한 진전이다.

시행 넉 달이 지났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법이 무엇을 담았는가보다, 어느 부분이 미흡하며 그로 인해 현장에서 어떤 혼선이 예상되는가이다.

ICOPE 프레임워크 19개 실행항목과의 대조

필자가 지난 1월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노인 통합돌봄 실행체계인 ICOPE(Integrated Care for Older People)를 기준으로 통합돌봄지원법과 하위법령을 조문 단위로 대조했다. ICOPE는 통합돌봄을 지역사회에서 구현하기 위한 실행항목 19개를 제시한다. 필자가 우리말로 옮겨 소개한 바 있는 지침이기도 하다(참고문헌 5).

이 19개를 필자는 두 층위로 나누어 검토했다. 지역사회에서 서비스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중간(meso) 층위 9개와, 국가의 정책과 제도에 해당하는 거시(macro) 층위 10개다. WHO 문서의 층위 구분을 따르되 필자가 정리한 해석임을 밝혀둔다. 각 항목이 법령에 직접 규정됐는지, 원칙만 두고 위임됐는지, 근거를 찾기 어려운지를 판정했다(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 2를 참조하라).
판정 결과 19개 항목 가운데 7개는 법령에 직접 반영됐고, 9개는 원칙 규정이나 위임에 머물렀으며, 3개는 명시적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층위별로 나누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지역사회 층위에서는 9개 중 5개가 법령에 직접 반영됐다. 대상자 발굴(법 제10조), 욕구조사(제12조),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제13조), 통합지원정보시스템 구축(제22조)이 여기 해당한다. 신청을 받고 판정하고 계획을 세워 기관에 연결하는 경로는 마련된 셈이다.

반면 거시 층위에서는 10개 중 2개에 그쳤다.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3개도 모두 이쪽이다. 정책의 정렬, 인력 기준, 재정과 유인 설계, 기능 중심의 데이터처럼 통합돌봄을 거시적 틀로 지탱하는 부분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시행 넉 달, 현장에서 예상되는 혼선

이러한 미흡함은 시행 초기부터 현장의 어려움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학제 팀을 누가 어떤 자격으로 구성하는가.
법령은 여러 직종의 협력을 원칙으로 두었으나 참여 자격과 역할, 책임의 범위는 정하지 않았다. 이미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방문재활을 담당할 의사·간호사·재활인력의 확보 수준이 지역마다 편차가 크고 정확한 추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헬스경향, 2026. 7.). 기준이 없으면 팀은 전문성이 아니라 가용 인력에 따라 구성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지역마다 다른 통합지원이 될 것이다.

통합지원회의는 대상자의 무엇을 확인하고 판단하는가.
회의체를 두도록 한 근거는 마련됐으나,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지에 대한 준거는 없다. 시행을 앞둔 시점에 이미 전담 조직과 인력이 없는 지자체가 적지 않고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행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준비 현황이 보고된 바 있다(더메디컬, 2025. 12.). 회의는 열리되 판단의 근거가 지역마다 다른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정보시스템에는 무엇이 축적되는가
신청과 판정, 서비스 제공 이력을 관리하는 데 그친다면 행정은 편리해지겠으나 노인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동능력과 인지, 영양, 심리상태, 감각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 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몇 건 제공했는가가 아니라 그 뒤에 노인의 기능과 자립생활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묻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질병 치료가 아니라 내재역량의 유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ICOPE의 핵심 원칙이다.

이 혼선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농어촌 군의 평균 면적은 대도시 구의 여덟 배에 이르는 반면 인구는 6분의 1 수준이어서, 돌봄 부담은 크고 자원은 적으며 이동 거리 자체가 서비스의 제약 조건이 된다는 분석이 있다(오마이뉴스, 2026. 5.). 같은 법을 같은 날 시행했다고 해서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세 항목

명시적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항목은 지역·계층 간 형평성 모니터링, 유급·무급 돌봄인력의 공정한 채용·배치와 지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인의 자기관리 지원이었다.

특히 형평성이 그러하다. 다만 이를 지역을 줄 세워 비교하자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통합돌봄은 그 지역에 있는 의료·요양·복지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원이 넉넉한 곳은 기존의 것들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무엇을 먼저 할지부터 스스로 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 판단을 도울 참조점이 현재로서는 없다. 형평성의 공백은 격차를 측정하지 않는다는 문제이기 이전에, 조건이 어려운 지역이 기댈 것이 없다는 문제로 보아야 한다.

디지털 자기관리 역시 공급기관용 정보시스템과는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노인과 가족이 자신의 건강상태와 지원계획을 확인하고 복약·운동·영양관리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기술이 새로운 장벽이 되지 않도록 대면지원과 전화상담, 보호자 연계, 사용하기 쉬운 기기를 함께 제공해야 할 것이다.

주도권 배분이 아닌 역할 정립

이러한 공백을 논의하다 보면 주도권 문제로 옮겨가기 쉽다. 통합돌봄의 중심이 보건인가 복지인가, 의료인가 돌봄인가 하는 물음이다.

구조적으로 그런 물음이 나올 소지는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는 민간이 주도하고 있어 지자체의 통제 권한 밖에 있다는 지적이 시행 전부터 제기됐다.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사회서비스원과 보건소, 민간 복지관의 역할 정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더메디컬, 2025. 12.).

주목할 것은 정부의 답이 주도권 배분이 아니라 역할 정립이었다는 점이다. 이 방향이 옳다고 본다. 지역마다 비어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의료 접근이 문제이고, 어떤 곳은 일상생활 지원이 끊겨 있으며, 어떤 곳은 그 둘을 잇는 사람이 없다. 특정 직역을 중심에 두고 내려보내면 그 직역의 자원이 얇은 지역은 출발부터 불리해질 것이다.

필요한 것은 어느 직역이든, 어느 기관이든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그 지역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보건소가 중심이 되는 곳도, 복지관이 중심이 되는 곳도, 동네 의원과 방문간호센터가 실질적 역할을 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그 다름은 극복해야 할 조건이 아니라 전제로 보아야 한다.

남은 과제

정리하면 이렇다. 통합지원을 시작하는 절차는 마련됐다. 미흡한 것은 그 절차가 무엇을 향하는지를 알려주는 거시적 틀이다.

다만 이것이 모두 법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상위법이 실행의 세부까지 담을 수는 없고, 담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법에 규정된 것은 개정 없이는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학제 팀의 구성이나 기능평가의 방식처럼 현장의 경험에 따라 계속 다듬어야 하는 것들은 법률보다 유연한 형태로 마련되는 편이 낫다. ICOPE 역시 각국의 법을 규정하는 문서가 아니라 체계와 서비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필요한 것은 법 개정이 아니라 법이 열어둔 자리를 채울 공통의 준거라고 보아야 한다.

다학제 팀의 역량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통합지원회의는 대상자의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 정보시스템에는 무엇이 축적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결과 노인의 기능과 자립생활이 유지·개선되었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이 물음들에 대한 공통의 답이 있어야 지역이 자기 조건에 맞는 얼개를 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역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향할 곳이 공유되어 있지 않으면 자율은 각자도생이 되기 때문이다.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은 중요한 출발이다. 그러나 그 성패는 법률의 존재나 연계기관의 수, 서비스 제공 건수로 판단할 수 없다. 최종적인 기준은 노인이 살던 곳에서 기능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법이 마련한 절차가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도록, 지금은 미흡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강해 나갈 시기다.

* 다음 칼럼에서는 이러한 준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표준모델 방식이 갖는 한계와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참고문헌

1.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시행규칙(2026. 3. 27. 시행). https://www.law.go.kr/lsInfoP.do?efYd=20260327&lsiSeq=261447
2. Kim HS. Structural alignment of Korea's Integrated Care Support Act with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s Integrated Care for Older People framework, including Singapore case: a narrative review. *J Korean Med Assoc*. 2026;69(1):76-84. https://doi.org/10.5124/jkma.25.0130
3. World Health Organization. *Integrated care for older people (ICOPE) implementation framework: guidance for systems and services*. WHO; 2019.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9789241515993
4. World Health Organization. *ICOPE implementation pilot programme: findings from the 'ready' phase*. WHO; 2022.
5.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노인을 위한 통합 관리 안내서(WHO ICOPE 안내서):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교보문고; 2020.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D220833990
6. 헬스경향. 「통합돌봄 시행 100일…'일손 부족' 아우성」. 2026. 7.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223
7. 더메디컬. 「2026년 통합돌봄 시행 코앞인데…」. 2025. 12. 24.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2911
8. 오마이뉴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두 달, 나쁜 소식이 왜 이렇게 많은가」. 2026. 5. 22.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36529


김희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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