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비대면진료 법제화, 미국 DTC 모델에서 배우는 구조적인 고려사항은 무엇인가

  • 한국의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의료 접근성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민간 플랫폼 기반의 비대면진료 모델은, 미국에서 지난 10여 년간 시행된 Direct-to-Consumer (DTC) 텔레메디슨 모델과 그 구조적 유사성이 높다. 문제는 이 DTC 모델이 미국에서 진료 품질 저하, 과잉 처방, 그리고 연속성 미흡 등을 문제들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법제화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대면 원칙'이나 '재진 중심' 같은 규제 문구에서 벗어나 더 본질적인 구조적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모델: 통합형과 DTC 플랫폼형의 비교

    미국의 원격 진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① 통합형 (In-institution Telemedicine)

    Kaiser Permanente나 Mayo Clinic처럼 의료기관 내부에 완전히 통합된 모델이다. 환자는 자신의 주치의(primary care physician, PCP)와 연결되고, 비대면 기록은 EMR(전자의무기록)에 자동 반영된다. 대면과 비대면이 하나의 진료 흐름으로 작동하여 연속성·안전성·기록체계가 유지되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다.

    ② DTC 플랫폼형 (Direct-to-Consumer Telemedicine)

    Teladoc, Amwell, Hims 등이 대표적이다. 환자는 앱을 통해 ‘임의의 의사’와 즉시 연결되지만, 진료기록은 기존 병원과 공유되지 않는다. 진료는 단발성으로, 플랫폼은 ‘짧고 빠른 상담’이라는 상업적 모델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비대면진료처럼 보이지만 의료체계와 분리된 병렬적인 구조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두 모델이 모두 “Telemedicine” 원격진료(현재 우리나라는 비대면진료”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로 분류되지만, 환자에게 돌아가는 의료성과는 상이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에서는 플랫폼형 DTC 모델에서 진료 품질 저하가 구조적으로 나타남을 입증하고 있는 최근 연구 2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과잉 처방과 지침 위반문제를 제기한 Ray 등(2019)의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상업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동의 급성 호흡기 감염 진료 시 플랫폼 기반 DTC 텔레메디슨의 항생제 처방률은 52%에 달했지만, 주치의 기반 진료는 31%에 그쳤고. 지침에 부합하는 항생제 관리 비율 역시 DTC는 59%로, 주치의 기반 진료(78%)보다 현저히 낮았음을 보고하였다.

    두번째 연구는 추적관리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Wittman 등(2024)의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의료기관 기반 텔레메디슨의 항생제 처방률은 28.9%였으나, DTC 플랫폼은 37.2%로 높았고, 진료 후 1~2일 내 추가 진료가 필요한 비율도 DTC가 8%로 PCP 기반 진료(5%)보다 높아 진료의 불완전성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연구진은 "문제는 '비대면' 자체가 아니라 비대면이 어디에서, 어떤 구조로 제공되는가"가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한국의 비대면진료, 나아가야 할 길

    앞서 살펴본 2편의 연구는 미국의 플랫폼 기반 DTC 비대면진료가 편의성과 신속성이라는 장점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안전·연속성·형평성·책임성이라는 의료체계의 핵심 원칙에서는 지속적으로 실패해 왔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비대면진료의 성패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존 의료체계와 얼마나 통합되어 환자의 진료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기존 의료 전달체계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구조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이 비대면진료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시켜 미국의 DTC 모델의 과잉 처방과 진료 분절을 그대로 경험하지 않으려면, 편의성 중심의 플랫폼 모델을 넘어 기존 의료체계와 통합된 구조적 설계를 구현하고 의료기관 기반 모델로 중심을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Kristin N. Ray, Zhuo Shi, Courtney A. Gidengil, Sabrina J. Poon, Lori Uscher-Pines, Ateev Mehrotra; Antibiotic Prescribing During Pediatric Direct-to-Consumer Telemedicine Visits. Pediatrics May 2019; 143 (5): e20182491. 10.1542/peds.2018-2491

    Wittman SR, Hoberman A, Mehrotra A, Sabik LM, Yabes JG, Ray KN. Antibiotic Receipt for Pediatric Telemedicine Visits With Primary Care vs Direct-to-Consumer Vendors. JAMA Netw Open. 2024;7(3):e242359. doi:10.1001/jamanetworkopen.2024.2359


    김희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초빙교수


  • 글쓴날 : [25-11-27 14:39]
    • 정선영 기자[annsy03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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