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OECD가 본 비대면 진료, 기술보다 기존 정책(제도)와의 ‘정렬’이 중요하다

  • 지난 칼럼에서 “비대면 진료의 만족도만으로는 정책의 타당성을 설명할 수 없다”라는 내용을 다뤘다. 이번에는 ‘비대면 진료의 적용, 제도화’ 측면에서. “OECD가 말한 ‘정렬(alignment)’의 관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분량상 1, 2로 나눠서, 1은 OECD 보고서에서 얘기하는 비대면 진료의 정의와 각국의 동향, 주요 사례를 설명하고 2에서는 한국에서의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는 왜 아직도 의료정책의 밖에서 제도화가 되지 못하는 정책이 되고 있을까? OECD가 2025년에 발표한 보고서 『Leading Practices for the Future of Telemedicine』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으로 2019년 환자 1인당 원격진료 이용 횟수는 0.6회였지만, 2021년에는 1.4회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즉, 팬데믹 동안 원격진료는 단순한 대면 대체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진료모델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가 된다. 나는 이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의 변화를 이렇게 요약해서 말하고 싶다. “OECD 국가에서는 원격진료는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니라 의료체계 안에 통합되어 가는 중이다.” 라고, ■ OECD가 말하는 ‘팬데믹 이후의 교훈’은? OECD 보고서에서는 7개국(캐나다,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폴란드, 스위스, 호주)을 ‘대면-비대면 통합형 진료 체계(System-level integration)’가 정착된 국가로 꼽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system-level integration(체계 수준 통합)”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는 이들 국가를 체계적 수준에서 통합한 ‘통합형 모델’로 평가한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1. 원격진료를 대면 진료 체계 안에 제도적으로 포함했고, 2. 보험수가·데이터·평가 체계를 하나의 경로로 정렬(alignment) 했으며 3. 환자 경로를 “온라인으로 시작해 필요시 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특히, OECD 보고서에 주목한,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프랑스는 어떻게 했길래 통합모델(기존 제도와의)로서 우수한 나라라고 평가될 수 있었을까?” OECD가 특히 주목한 나라는 프랑스다. ‘ETAPES’라는 이름의 원격의료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름은 길지만, 뜻은 간단하다. ETAPES
    Expérimentations de Télémédecine pour l’Amélioration des Parcours en Santé (“건강돌봄경로 개선을 위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쯤으로 번역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시범이 아니라 “근거 기반 확산(evidence-driven scaling)” 모델로 설계하고 있다. 즉, 비대면 진료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가 좋으면 공공재정이 지원되는 구조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효과가 입증되면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그렇지 않으면 확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질환에는 심부전, 당뇨병,COPD, 만성신부전, 암 등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방법은 원격 모니터링을 사용한다. 즉, “근거가 쌓이면 제도가 움직인다.”— 이것이 프랑스가 비대면 진료가 기존 의료제도 안에 정렬되는 방법(방향)을 보여준 것이다.

    ■ 마무리하며
    OECD는 단순히 “비대면 진료가 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안에 있는 정책적 설계의 차이를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비대면 진료는 기술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재정·거버넌스의 정렬 문제다.”라고 언급한다.(OECD Health Working Papers No. 173, 2025, p.9)
    즉, 기술이 좋아도 제도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결국 일시적인 유행에 그친다는 뜻이다. 반대로 제도와 정렬되면, 비대면 진료는 의료의 ‘또 하나의 일상적인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까 말까?”를 논의하지 말고, “어떻게 의료제도 안에 정렬시킬 것인가?”를 논하자. (다음 칼럼에서는 OECD가 평가한 한국의 현주소와 EMR 도입 경험이 주는 시사점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비대면진료 #OECD #의료정책 #정책정렬 #디지털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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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초빙교수
  • 글쓴날 : [25-11-07 10:44]
    • 정선영 기자[annsy03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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