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국회에서 열린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혁신 토론회’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국민의 97.5%, 의사의 77.1%, 약사의 55.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출처: 머니투데이, 2025.9.30 「'비대면 진료 경험자' 97.5% "만족"…의약품 배송·책임범위 정립은 '과제'」)
정책담당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수치다. 국민이 좋다고 하는데, 왜 주저해야 하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정책 설계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OECD는 2023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환자 만족도는 일관되게 높지만, 품질·안전·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부족하다.” 원격의료가 접근성 향상에는 기여했지만, 진료 품질, 비용효과성, 형평성 지표는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WHO 역시 단계적 도입과 근거 축적을 강조한다. 결국 여러 나라의 경험은 한 가지를 말해준다.
‘확대’보다 ‘검증’이 먼저라는 것.
이번 조사에서 플랫폼 측은 “현재 비대면진료는 고혈압·감기·피부질환 등 위험도가 낮은 질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한 정책 설계 제안은 긍정적이다.
이러한 위험도 단계화 접근(1단계: 경증 질환, 2단계: 만성질환 모니터링, 3단계: 통합진료 연계) 은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방식과도 일치한다(OECD, 2023; WHO, 2022)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분명 정책 설계의 좋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경증 중심’이라는 선언적 문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정책은 데이터에 기반한 세밀한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진료 결과, 이상반응, 재내원률 같은 지표를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수집·분석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성과 효과성을 평가하고, 다음 단계의 정책 확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처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정책 설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축적과 검증 절차가 필수적이다.그렇지 않다면, 편리함을 내세운 제도가 결국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위협할 수도 있다.
물론 비대면 진료를 멈추고 정책 제도화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끊임없이 평가하여 수정 보완하자는 의미이다. 비대면 진료는 이제 편리함의 시대를 지나, 신뢰의 제도로 넘어가야 한다. 국민의 만족은 정책의 출발점이지 마지막 종착지는 아니다.
정책은, 여론이 아니라 근거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비대면진료 #근거기반의료 #정책설계 #디지털헬스 #보건정책 #Telemedicine #디지털헬스케어 #의료정책 #헬스이노베이션 #OECD #WHO #정책인사이트 #헬스정책칼럼 #헬스테크 #보건의료 #근거기반정책 #정책브런치 #김희선칼럼 #건강한정책 #정책디자인
참고자료:
1. 머니투데이. (2025.9.30). 「'비대면진료 경험자' 97.5% "만족"…의약품 배송·책임범위 정립은 '과제'」.
2. OECD. (2023). Health at a Glance: Telemedicine and Digital Health.
3.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2022). Global strategy on digital health 2020–2025.
ChatGPT 생성 인포그래픽 기반 재구성 그림
김희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초빙교수